어떤 분들은 밤마다 피부를 긁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또 어떤 분들은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상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이 두 감각을 완전히 다르게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신경 경로를 따라 전달된다고 알려진 통증과 가려움이, 어떻게 서로 다른 감각으로 인식될까요?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연구진은 뇌가 통증과 가려움을 처리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다르며, 각각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향후 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 연구가 왜 중요할까요?
현재 통증 치료법은 대부분 진통제나 물리치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통제는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일부 강력한 진통제(예: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 위험이 존재합니다. 가려움 치료 역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연고가 일반적이지만, 장기간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따릅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통증과 가려움을 각각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특정 뉴런만 차단하면 통증을 줄이면서도 가려움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반대로 가려움만 줄이면서 통증 신호는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사례 1: 만성 통증 환자
김 모 씨(45세)는 허리 디스크로 인해 만성적인 통증을 겪고 있습니다. 기존 진통제는 점점 효과가 줄어들고 있으며, 강력한 진통제를 복용하면 부작용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한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김 씨는 허리 통증만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약물 부작용에 대한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례 2: 아토피 피부염 환자
이 모 양(12세)은 심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습니다. 밤마다 피부를 긁다가 상처가 생기고, 이로 인해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치료법으로는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지만, 장기간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고민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실용화된다면, 가려움만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험을 통해 밝혀진 신경 회로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통증과 가려움을 유도하는 자극을 각각 가했습니다.
- 가려움 실험: 생쥐 피부에 히스타민을 주입 → 가려움으로 인해 긁는 행동 관찰
- 통증 실험: 생쥐 발바닥에 포르말린을 주입 → 통증으로 인해 발을 핥는 행동 관찰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뉴런 활성 패턴을 분석하였고, 통증과 가려움을 각각 담당하는 뉴런이 전측대상회피질(ACC) 내에서 개별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의 뒷발바닥에 포르말린을 주입하여 통증을 유발하고, 목덜미에 히스타민을 주입하여 가려움을 유발한 후, 전측대상회피질(ACC)의 뉴런 활성 패턴을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이전 자극 경험이 뉴런 활성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1차 및 2차 자극을 구분하여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 녹색: 1차 자극(통증 또는 가려움)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
- 빨간색: 2차 자극(추가적인 통증 또는 가려움)에 의해 새롭게 활성화된 뉴런
연구 결과, 통증과 가려움이 각각 독립적인 뉴런 집단을 통해 처리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뉴런은 특정 감각(통증 또는 가려움)에만 반응하는 반면, 일부 뉴런은 이전 자극 경험에 따라 자극의 종류와 관계없이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a) 전측대상회피질 내에서 듀얼-이그라스프(dual-eGRASP) 기법을 이용해 통증 및 가려움에 반응하는 뉴런을 시각화한 이미지입니다.
- 중앙 이미지: 가려움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
- 우측 이미지: 통증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
(b) 통증 및 가려움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의 시냅스 연결을 분석한 결과, 배내측시상(MD)에서 전측대상회피질로 전달되는 시냅스 입력이 자극 유형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사이안그라스프(청록색): 가려움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배내측시상 뉴런의 입력
- 옐로우그라스프(노란색): 통증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배내측시상 뉴런의 입력
이 연구를 통해, 통증과 가려움이 단순히 같은 신경 경로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배내측시상에서 전측대상회피질로 전달될 때부터 각기 다른 뉴런 집단을 통해 분리된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Q&A: 독자분들이 궁금해할 질문들
Q: 이 연구가 실제 치료법으로 사용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A: 현재는 실험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된 단계이지만, 향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추진될 예정입니다. 신경 조절 기술과 유전자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10~20년 내에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기존 진통제와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A: 기존 진통제는 뇌 전체에서 통증을 억제하지만, 이번 연구를 활용하면 특정 신경만 조절하여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가려움도 치료할 수 있을까요?
A: 그렇습니다. 기존 가려움 치료제는 가려움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가려움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논문 정보 및 연구진
- 연구 저널: Nature Communications
- 연구 논문: Processing of pain and itch information by modality-specific neurons within the anterior cingulate cortex in mice (2025.03.04 게재)
- 연구진: Hyoung-Gon Ko, Hyunsu Jung, Seunghyo Han, Dong Il Choi, Chiwoo Lee, Ja `n Cho, Jihae Oh, Chuljung Kwak, Dae Hee Han, Jun-Nyeong Kim, Sanghyun Ye, Jiah Lee, Jaehyun Lee, Kyungmin Lee, Jae-Hyung Lee, Min Zhuo, Bong-Kiun Kaang
앞으로의 연구 방향
이번 연구는 통증과 가려움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앞으로 연구진은 이 신경 회로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아프면 진통제를 먹는다"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감각만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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