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달리기를 하며 음악을 들어본 적 있나요? 분명 이어폰으로 음악을 틀고 있었는데, 집중하느라 노래가 잘 안 들렸던 경험.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당신의 뇌가 소리를 일부러 ‘차단’하고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이 흥미로운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냈습니다.
뇌는 감각을 ‘우선순위’에 따라 다르게 처리한다
사람은 늘 여러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영화도 화면만 보는 게 아니라 소리까지 함께 들어야 즐길 수 있죠. 그런데 뇌는 모든 감각을 동일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더 중요한 감각’을 먼저 처리하죠. 이 능력이 무너지면, 자폐스펙트럼이나 조현병 같은 감각처리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움직이는 생쥐의 뇌를 들여다보다
연구팀은 생쥐가 달릴 수 있는 특수 트레드밀을 제작해, 생쥐가 움직일 때와 가만히 있을 때 시청각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비교했습니다. 청각(소리), 시각(불빛), 또는 동시에 자극을 줬을 때 뇌의 반응을 칼슘 이미징 실험으로 분석했죠. 이 과정에서 광유전학 기술과 약물 주입까지 동원돼, 아주 정밀한 뇌 기능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뇌는 달릴 때 소리를 억제하고, 시각에 집중한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생쥐가 가만히 있을 때는 청각 정보를 우선 인지하고 행동을 결정했지만, 달릴 때는 청각 신호가 뇌에서 억제되고, 시각 정보가 우선 처리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뇌의 변화가 아니라, 운동피질이 청각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메커니즘 때문이었어요. 시각을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할 상황에서는, 뇌가 ‘소리를 일부러 덜 듣도록 설정’하는 것이죠.
그림으로 이해하는 실험 결과
[그림1] 행동 상태에 따른 시청각 정보 처리의 유연성
- 가) 시청각 정보 기반 의사 결정 테스트에서 실험 쥐는 주어진 시청각 자극을 바탕으로 보상(물)을 얻거나 처벌(얼굴에 약한 바람)을 피하고자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시각·청각 정보가 동시에 주어질 때, 가만히 있는 쥐는 청각 정보를 우선으로 인지하여 행동을 결정하지만, 달리는 쥐는 시각 정보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여 행동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 나) 칼슘 이미징 실험을 통해 후두정피질 뉴런들이 청각, 시각, 시청각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을 분석했습니다.
- 다) 각 감각 자극으로 활성화된 후두정피질 뉴런들을 형광 이미징으로 시각화해보니, 달리는 상태에서는 가만히 있을 때보다 청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유의미하게 감소함을 확인했습니다.
[그림2] 시청각 정보 처리의 유연성을 조절하는 뇌 메커니즘
실험 쥐는 가만히 있을 때 후두정피질의 시각 뉴런이 청각 신호에 의해 억제되면서, 청각 정보를 우세하게 인지하여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반면, 달릴 때는 운동피질이 활성화되면서 후두정피질로 전달되는 청각 신호를 선택적으로 억제하게 됩니다.
그 결과, 시각 정보 처리가 방해받지 않으며, 쥐는 시각 정보를 우선으로 인지하여 행동을 결정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행동 상태에 따라 대뇌 피질에서 특정 감각 정보가 우선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동물이 다중 감각 정보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절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 연구가 주는 의미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생쥐 실험이 아닙니다. 감각통합이 유연하게 조절된다는 사실은 향후 감각 처리 이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신경 회로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자폐아동의 감각 예민 반응을 조절하거나, 노인성 청각 이상 대응에도 응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논문 정보와 연구진
- 논문 제목: Locomotion-dependent auditory gating to the parietal cortex guides multisensory decisions
- 게재지: Nature Communications, 2025년 3월 7일
- 교신저자: 이승희 IBS 부연구단장 (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
- 제1저자: 최일송 박사후연구원
- 원문 링크: Nature Communications에서 논문 보기
뇌의 우선순위 결정은 생존 전략이었다
‘왜 운동할 때 소리가 덜 들릴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 연구는, 뇌가 얼마나 똑똑하게 감각을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조절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우리 뇌는 늘 상황을 분석하고, 생존에 중요한 정보를 먼저 처리합니다. 앞으로 이런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감각처리장애, 학습장애, 자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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